동래군부인 정씨(東萊郡夫人 鄭氏)묘지
최유청 처 정씨 묘지명
소재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신5847)
연대 의종 24년(경인, 1170)
동래군부인 정씨(東萊郡夫人 鄭氏) 묘지
동래군부인 정씨는 예부상서 지추밀원사 한림학사승지 지제고(禮部尙書 知樞密院事 翰林學士承旨 知制誥)인 문안공(文安公) 항(沆)1)의 장녀이고, 수사공 상서좌복야(守司空 尙書左僕射)로 벼슬에서 물러나 은퇴한 최유청(崔惟淸)2)의 계실(繼室)이며, 이름이 널리 알려진 후(詡)와 당(讜)3)과 선(詵)의 어머니이다. 부인이 재상의 집안에 태어나 풍요롭게 자란 것은 □ 귀한 아버지 때문이고, 재상의 아내가 되어 종족(宗族)을 빛나게 한 것은 귀한 남편 때문이었으며, 여러 아들이 과거에 급제하여 녹을 지급받게 된 것은4) 귀한 아들들 때문이었다.
(부인은) 타고난 자질이 얌전하고 착하여 훌륭한 가르침을 몸소 실천하고, 여자의 도리를 익혀 부지런하고 검소하였다. 집안 살림을 잘 꾸려 제사는 공경으로 받들고, 친척은 □로써 대하며, 자식은 자애로이 기르고, 일하는 사람들은 은혜로이 부렸으니, 부인의 덕이 갖추어졌다 할 만하다. 상국(相國, 崔惟淸)이 만 권의 서적을 모아 놓고 검토와 열람에 전념하고 집안 살림에 정신을 쓰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부인이 능히 집안일을 처리하였기 때문이고, 여러 아들들이 학문에 힘써 각기 입신 양명(立身 揚名)하여 마침내 조정에 들어가 좋은 벼슬을 하게 된 것도 부인이 항상 잘 가르쳤기 때문이었다. 상국이 한창 이름이 알려질 때에는 여러 아들들이 어리고 한창 자랄 때로서, 집안에 손님이 가득하고 벼슬아치들이 자리를 메웠으나 부인은 모두 맛깔진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 아침저녁으로 대접하니, 무릇 이 집의 대문을 한 번이라도 밟아 본 사람은 누구나 먼저 부인의 훌륭함을 칭찬하였다.
부인에게는 자식으로 7남 1녀가 있다. 장남 후(詡)는 춘주사 시합문지후(春州使 試閤門祗候)이고, 차남 인(諲)은 금오위녹사(金吾衛錄事)였으나 불행히 먼저 죽었으며, 3남 당(讜)은 천우위녹사 후군병마녹사(千牛衛錄事 後軍兵馬錄事)가 되었으며, 4남 종강(宗綱)은 천태종(天台宗)의 과거에 급제하여 청원사(淸源寺) 주지(住持)로 있으며, 5남 선(詵)은 국학학유(國學學諭)이다. 간(諫), 후(詡), 당(讜), 선(詵)이 모두 과거에 급제하였으나, 선이 더욱 재주가 뛰어나 세상에 이름이 났다. 6남 양(讓)은 남원부판관(南原府判官)이고, 7남 회옥(懷玉)은 유가종(瑜伽宗)에 의탁하였는데 대선(大禪)에 급제하였다. 딸은 즉 막내로서 예빈주부동정(禮賓主簿同正) 박돈문(朴敦文)에게 시집갔다. 간(諫)은 전 부인 이씨(李氏)의 소생으로 지금 신호위장사 □ 대상부녹사(神虎衛長史 兼? 大常府錄事)로 있다. 부인은 자신의 친자식처럼 길렀으며, 간도 어려서부터 자애로이 자랐기 때문에 친어머니처럼 섬겨, 지금 소복을 입고 슬퍼하는 것이 □ 등에 비해 모자람이 없다.
부인은 향년 67세로 경인년(의종 24, 1170) 5월 8일에 돌아가셨다. 같은 해 6월 23일로 날을 잡아 우봉군(牛峯郡)5) 어굴촌(於屈村)6)에 장례지내기로 정하고, 여러 아들들이 나에게 묘지(墓誌)를 부탁하였다. 나는 일찍이 상국(相國)으로부터 □장(□丈)의 가르침을 받았고 또 여러 아들들과 친하며, 선이 또 나에게 배웠기 때문에 부인의 미덕을 매우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 대략을 묘석(墓石)에 적어 영원히 남기고자 한다.
강하(江夏) 황문장(黃文莊)이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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