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贈資憲大夫兵曹判書東萊鄭公祭壇碑銘

宣祖壬辰倭寇之酷尙忍言哉毁宗廟焚王陵以至士大夫之家遊離而失其墓者幾千人戰殉而未得葬者又幾千人而豈濁東萊鄭氏一家而己哉節孝公諱奇龍字異瑞官主簿性卓犖不羈以大義大體爲主不規規乎小節早受業于趙重峯先生門而先生每以大器稱焉戊子春設講試學四子五經無不得通又試武藝手提數百斤物陟岡越水殆若平地先生大喜曰天生才必有用舍文鍊武將救國家之急遂應命而退未幾遭外艱廬墓三年辛卯李公龍男愛公英特以女妻之壬辰秋見先生檄文以母在猶豫未決母夫人叱曰汝有妻子先祀可奉婦姑治産飢寒可免奈何在兒女子手中不恤社稷之急耶.世受國恩報其萬一正在此時小勿慮母速爲治行乃奉母命擧義旅至錦山與七百義士從先生而戰殉何其卓烈哉.錄宣武原從勳贈兵曹參判賜錄券純廟甲子贈兵曹判書.以故公己無墓至於公父祖之墓亦皆失護每歲霜露無所于澆奠子孫之齎恨頗久往年卜地于長城西三面甑岩里竹林洞公胤之墓上築三位壇以歲一之禮祭公及公父祖而壇皆具碑然公碑最短小無儀今欲改之文景公十八世孫鎭旭先出金百萬元以之具石寅壽鎭宇來徵文.噫韓文公曰神如水之在地中無乎不在朱文公曰我之氣卽祖考之氣所以纔感必應苟能以受祖考之氣者致其愛致其懿則雖於荒陬寂寞之中如水之神無不感應况壇於子孫之墓上而合于魯祔之禮且彷彿乎父子祖孫合亨一廟之儀孰不謂安於神理而合於人情哉.公之祖曰宗吉號守堂考曰仁直贈吏曹參判配全義李氏先公一年十一月十七日生丁未五月二十日卒祔祭于公子曰希立忠勳府經歷孫曰厚慶同知中樞府事曰厚元贈司僕寺正

                                    檀君紀元 四千三百十七年 甲子 初夏下旬

                                                                             坡平  尹丁鍑 撰

◎역문(譯文)

선조(宣祖) 임진난때의 왜구의 혹독함을 차마 더 말할 수 있으리오. 종묘(宗廟)를 훼손(毁損)하고, 왕릉(王陵)을 불 질러서, 사대부의 집에 이르기 까지 집을 떠나 방랑 하였으며 그들의 묘(墓)를 잃어버린 사람이 몇 천 사람이며, 싸우다 순국(殉國)하였으나 장사도 못지낸자가 또 몇 천 사람이었던가? 그러니 어찌 동래(東萊) 정씨(鄭氏) 한 집안 뿐이리오. 절효공(節孝公 )의 휘(諱)는 기룡(奇龍)이요. 자(字)는 이서(異瑞)이며, 벼슬은 주부(主簿)였다. 성품은 탁월하고 얽매이지 않아 대의(大義)와 대체(大體)를 주장하여 조그만 일에 세세히 따지지 않았다. 그리고 어려서 조중봉(趙重峯) 선생의 문하(門下)에서 수업할 때에 선생께서 항상 큰 그릇이라고 칭찬 하셨다. 무자년(戊子年/1588) 봄에 강(講)을 열어 학문을 시험할 때 사자서(四子書)와 오경(五經)을 통달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또 무예(武藝)를 시험할 때, 손으로 수 백근(斤)의 물건을 끌고서 언덕을 넘고, 물을 건너기를 거의 평지(平地)에서와 같이 하니, 선생이 매우 기뻐하며「하늘이 재주 있는 사람을 냄에는 반드시 쓰임이 있어서이니 글 배우는 것을 버리고 무예(武藝)를 수련(修練)하여 장차 국가의 위급함을 구하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리하여 마침내 명을 받들고 물러 나왔다. 얼마 안 있어서 아버지의 상(喪)을 만나 묘(墓)에 초막을 짓고 삼년을 살았다. 신묘년(辛卯年/1591)에 이용남(李龍男)공께서 공의 영특함을 사랑하여 딸을 아내로 주었다. 임진년(壬辰年 /1592) 가을에 선생(趙重峰)의 격문(檄文)을 보고도 어머니가 생존해 계시기 때문에 갈까 말까 결정을 못 내리니 어머니께서 꾸짖어 말씀하시길「너는 처자(妻子)가 있으니 선조의 제사도 받들 수 있고 며느리와 시어미가 살림을 다스리니 굶주림과 추위를 면할 수 있는데 어찌하여 아녀자의 수중에 있으면서 사직(社稷)의 위급함을 구하려 하지 않느냐? 대대로 국은(國恩)을 받았으니 그 만에 하나라도 보답하는 것이 바로 이때에 있으니 조금도 어미 걱정은 말고 속히 행장을 갖추도록 하라」라고 하셨다. 이에 어머니의 명(命)을 받들고 의병(義兵)을 들어 금산(錦山)에 다다라서 칠백(七百) 의사(義士)와 함께 선생을 따라 싸우다 순국(殉國)하셨으니, 어쩌면 그리도 탁열(卓烈)하셨던가? 선무원종훈(宣武原從勳)에 기록되고, 병조참판(兵曹參判)을 증(贈)하였으며 녹권(錄券)을 받았다. 그리고 순조(純祖) 갑자년(甲子年/1804)에 병조판서(兵曹判書)에 가증(加贈)하고, 절효(節孝)라 사시(賜諡) 하였다. 이 때문에 공이 이미 묘(墓)가 없고, 공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묘(墓)까지도 또한 모두 호지(護持)함을 잃어서 매년 상로(霜露)에 제지낼 곳도 없으니, 자손이 한을 품은 것이 자못 오래 되었다. 그러더니 지난해에 장성(長城) 서삼면(西三面) 증암리(甑岩里 ) 죽림동(竹林洞) 공(公)의 아들 묘(墓)위에 땅을 가려서 세분의 신위(神位)를 받들 제단(祭壇)을 만들어 일년에 한번 제지낼 예(禮)로서 공과, 공의 할아버지, 아버지를 제지내고 제단(祭壇)에 비석(碑石)을 갖추었다. 그러나 공의 비가 가장 작고 볼품이 없어서 다시 고치려고 할 때 공의 十一代孫 진욱(鎭旭)은 먼저 백만원(百萬元 )의 돈을 내어 그것으로 돌을 갖추고, 인수(寅壽)와 진우(鎭宇)가 와서 묘문(墓文)을 구 하였다. 슬프다! 한문공(韓文公/退之)이「귀신은 물이 땅속에 있는 것과 같아서 없는 곳이 없다」라고 말하였고 주문공(朱文公)은「나의 기품(氣品)은 곧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기품(氣品)이니 조금만 감동이 있어도 반드시 응보(應報)해 준다」라고 하였으니, 참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기품을 받은 자로서 그 사랑을 이루고 그 정성을 이루면 비록 황막하고 구석지며 적막한 저승에 있으나, 물과 같은 귀신이 감동하여 응보(應報)함이 없지 않을 텐데, 더구나 자손의 묘(墓)위에 제단을 만들어서 노(魯)나라 때 부장(祔葬)하던 예(禮)에 합당하고,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할아버지와 손자를 한 사당에 합향(合享)하는 의식과 같으니, 누가 귀신의 이치에 편안하고 인정(人情)에 합당하다고 말하지 않겠는가? 공의 할아버지는 종길(宗吉)이요. 호(號)는 수당(守堂)이며, 아버지는 인직(仁直)으로 이조참판(吏曺參判)을 증(贈)하였으며 처(妻)는 전의(全義) 이씨(李氏)이니 공보다 一年 十一개월 十七일 먼저 태여 났고, 정미년(丁未年/1607) 五月 二十日에 졸하여 공에게 부제(祔祭)하고 있다. 아들은 희립(希立)이니 충훈부(忠勳府) 경력(經歷)을 지냈고, 손자 후경(厚慶)은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였고, 후원(厚元)은 사복시정(司僕寺正)을 증(贈)하였다.

                                         단군기원 四三一七년 갑자(甲子) 초여름 하순에

                                                                                   파평(坡平) 윤정복(尹丁鍑) 찬(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