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宗 94卷, 23年(1441 辛酉 / 명 정통(正統) 6年) 10月 17日(庚辰) 1번째기사

평안·함길 두 도의 성을 쌓는 일에 관해 논의하다

○庚辰/大司憲鄭甲孫、左司諫大夫趙遂良等啓: “近日以平安、咸吉道築城之事, 屢瀆天聰, 深以爲懼。 然事有未安, 含默不言, 罪亦大矣。 臣等以爲咸吉道, 皆新徙之民, 平安道困弊已極。 然築城爲萬世生民之計, 豈論一時之弊? 然沿江可耕之地, 盡在城外, 民無可耕之利。 自其道來者皆曰: ‘不可’。 已築趙明干之城, 纔經數月, 頹圯過半, 是雖朴根不謹之致, 亦由定基失宜也。 請更遣大臣, 與都節制使監司同議, 更相利害。 皇甫仁所定城基, 如無差誤, 則可矣, 如或措置未盡得宜, 一成難改, 悔將何及? 臣等以爲更遣大臣, 參考城基, 必無弊而有益也。”

上曰: “卿等之言, 予已具悉, 予當更思之。” 旣而召黃喜、申槪、河演、崔士康、李叔畤等謂曰: “自古建大事則浮言必起。 今平安道築城, 本非易事, 旋築旋圯, 是監築者之罪也。 近臺諫數進封章, 以爲: ‘皇甫仁所定城基, 恐或失宜。’ 且人皆謂: ‘此城竟未能成, 更遣他人審定, 然後必築。’ 卿等以爲何如?” 喜、槪、叔畤等曰: “平安道行城, 非他邑城之比, 乃沿江而築, 雖更遣他人, 必無他議也。 況人之所見各異, 若或更改, 異議紛紜, 大事難成, 令委任皇甫仁畢築可也。” 演、士康等曰: “宜更遣他人審之。” 上曰: “待皇甫仁來, 問其所築之狀, 然後更議。” 臺諫雖力請再三, 上皆不允, 決意畢築, 自是兩界凋弊。

대사헌 정갑손(鄭甲孫)·좌사간 조수량(趙遂良) 등이 아뢰기를, “근일에 평안·함길 두 도의 성을 쌓는 일로 여러 번 천총(天聰)을 번독(煩瀆)하와 심히 두렵사오나, 일에 온당하지 못함이 있사오므로 잠잠하게 말하지 않는 죄도 또한 클 것입니다. 신 등은 생각하기를, 함길도는 모두 새로 이사한 백성이옵고 평안도는 곤폐(困弊)함이 지극하오나, 성을 쌓는 것은 만세의 생민(生民)을 위하는 계책이오매, 어찌 일시의 폐를 논하오리까. 그러나, 강가에 경작할 만한 땅이 모두 성밖에 있으므로 백성들이 경작할 만한 이익이 없으니, 그 도에서 오는 자가 모두 말하기를, ‘불가하다. ’고 하옵니다. 이미 쌓은 조명간(趙明干)의 성도 겨우 두어 달을 지났는데, 허물어진 것은 반이 넘사오니, 이는 비록 박근이 잘못한 소치이오나, 역시 터를 정하기를 적당하지 못한 데에서 말미암은 것입니다. 청하옵건대, 다시 대신을 보내어 도절제사와 감사로 더불어 같이 의논하고 다시 이해(利害)를 살펴서 황보인의 정한 성터가 그릇됨이 없을 것 같으면 가하오나, 만일 계획이 혹 적당하지 못함이 있사오면, 한 번 이룩한 것은 고치기 어렵사오니 후회한들 어찌 미치리오리까. 신 등은 다시 대신을 보내어 성터를 참고하게 하여야만, 폐가 없고 이익됨이 있을까 하옵니다.”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 등의 말을 내가 자세히 알았으니, 내가 마땅히 다시 생각하리라.”하고는, 황희·신개·하연·최사강·이숙치 등을 불러 이르기를, “예로부터 큰일을 세우자면 뜬말이 반드시 일어났다. 이제 평안도에 성을 쌓는 일은 본디 쉬운 것이 아닌데, 겨우 쌓자 곧 무너졌으니, 이는 감독해 쌓은 자의 죄이다. 근래에 대간에서 자주 상소를 올려 말하기를, ‘황보인이 정한 성터가 혹 적당하지 못할까 염려되옵니다.’ 하고, 또 사람들이 모두 이르기를, ‘이 성은 마침내 이룩되지 못할 것이니, 다시 다른 사람을 보내어 살펴서 정한 뒤에 쌓아야 할 것입니다. ’고 하니, 경 등은 어떻게 생각하는가.”하니, 황희·신개·숙치(叔畤) 등이 아뢰기를, “평안도의 행성(行城)은 다른 읍성(邑城)에 비할 것이 아니옵고, 바로 강을 따라 쌓는 것이오니, 비록 다른 사람을 보낼지라도 반드시 다른 의논이 없을 것입니다. 하물며 사람의 소견이 각각 다르므로, 만약 혹 다시 고치면 이론(異論)이 분분하여 큰일을 이룩하기 어렵사오니, 황보인에게 위임하여 쌓기를 마치게 함이 가하옵니다.”하고, 하연과 최사강 등은 아뢰기를, “다시 다른 사람을 보내어 살피게 함이 가하옵니다.”하므로, 임금이 이르기를, “황보인이 오기를 기다려서, 그 쌓은 상황을 물은 뒤에 다시 의논하리라.”하니, 대간에서 두세 번을 강력히 청하였으나, 임금이 모두 윤허하지 아니하고 다 쌓기를 결심하니, 이로부터 양계(兩界)가 피폐(疲弊)하였다.

【태백산사고본】 30책 94권 5장 B면

【영인본】 4책 367면

【분류】 *군사-관방(關防)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정론(政論)

○世宗 95卷, 24年(1442 壬戌 / 명 정통(正統) 7年) 1月 14日(丙子) 3번째기사

정갑손·이의흡 등이 윤삼산의 일로 상소하니 핵실하도록 형조에 이르다

○傳旨刑曹: 大司憲鄭甲孫、執義李宜洽、持平崔仲謙ㆍ朴崷等上疏論尹三山預占掌令之事, 其覈實以啓蓋從政府之議也。

형조에 전지하기를, “대사헌 정갑손(鄭甲孫), 집의 이의흡(李宜洽), 지평 최중겸(崔仲謙)· 박추(朴崷) 등이 상소로 윤삼산이 장령 벼슬을 예점(預占)하였다고 논하였으니, 그 내용을 핵실하여 아뢰라.”하였으니, 대개 정부의 의논에 따라 한 것이었다.

【태백산사고본】 30책 95권 7장 A면

【영인본】 4책 392면

【분류】 *사법-탄핵(彈劾) / *정론(政論) / *인사-관리(管理)

○世宗 95卷, 24年(1442 壬戌 / 명 정통(正統) 7年) 1月 15日(丁丑) 2번째기사

하연이 윤삼산의 일로 파직을 청하다

○河演上言曰:《書》《洪範》曰: “惟辟作福作威。” 威福下移, 而臣下攬權, 則是所謂權臣, 而衰世之事也。 當除授之日, 吏曹妄謂: “尹三山爲人, 性本諄謹無邪, 勤於學問, 稍知義理之趣, 素無淫蕩之行, 久爲漢城少尹, 別無昏愚未斷之責, 每褒上等。” 故衆議僉同, 列於三望, 乃蒙落點。 今司憲府論以三山不合其任, 又斥小臣以五寸姻姪之故, 容私除授, 指以爲權臣。 若曰吏曹用人不明, 則人之所見不同, 臣與吏曹諸臣, 皆不得辭其責矣, 其曰權臣植黨之言則未知其實也。 以三山爲植黨羽翼, 而臣所爲强梁跋扈, 果何事歟? 彼大小臺臣, 皆臣等薦之於天而天與之, 是亦臣之植黨羽翼也歟? 且三山則臣之妻族也。 若鄭甲孫、李宜洽則皆臣之本族也。 乃以妻族三山爲臺臣, 然後欲以爲植黨羽翼而濟事乎? 若謂之族親而不得彈劾, 則三山於甲孫六寸, 宜洽五寸, 仲謙四寸, 皆近族也, 而不肯與之同僚, 排斥之已甚, 則謂三山豈敢坐於臺上論演之得失, 亦爲矛盾。 圓議公事, 雖父子不相說, 肯來告於五寸叔母夫乎? 是以自己之心, 度人之心也。 大抵治平之世, 君德昭明, 焉有權臣乎? 雖或有高貴勢重, 欲爲攬權之者, 日月之明, 可以蒙蔽乎? 臣楷樗之材, 一介微臣, 遭遇聖明, 非分受任, 自丁巳至今六年, 銓選人物, 久防賢者之路, 惟懼救過之不暇, 況欲爲植黨之心乎? 臣痛心痛哭, 措身無地。 伏惟殿下恢弘仁愛之治, 憐臣謙退保全之情, 收臣爵命, 以開賢路。不允。

【태백산사고본】 30책 95권 7장 A면

【영인본】 4책 392면

【분류】 *인사-관리(管理) / *정론(政論)

○世宗 95卷, 24年(1442 壬戌 / 명 정통(正統) 7年) 1月 20日(壬午) 1번째기사

형조에서 정갑손·이의흡 등을 사핵하여 아뢰니, 의금부에 다시 사핵하게 하다

○壬午/刑曹劾鄭甲孫、李宜洽、朴崷、崔仲謙及掌令金孟獻、兼判吏曹事河演、吏曹正郞裵杠等以啓, 下義禁府更劾。

【태백산사고본】 30책 95권 10장 A면

【영인본】 4책 394면

【분류】 *사법-탄핵(彈劾)

○世宗 95卷, 24年(1442 壬戌 / 명 정통(正統) 7年) 1月 28日(庚寅) 1번째기사

정갑손·이의흡·홍심·김맹헌·배강·박추·최중겸의 죄를 정하다

○庚寅/召黃喜、申槪, 議鄭甲孫等之罪。 喜等僉議輕重以啓, 上特赦鄭甲孫、李宜洽, 贖洪深杖一百, 金孟獻笞五十, 裵杠杖八十, 朴崷、崔忠謙只罷其職。

【태백산사고본】 30책 95권 13장 A면

【영인본】 4책 395면

【분류】 *사법-행형(行刑) / *인사-임면(任免)

○世宗 95卷, 24年(1442 壬戌 / 명 정통(正統) 7年) 2月 1日(壬辰) 2번째기사

허후·정갑손·한방지·이의흡·이사철 등에게 관직을 제수하다

○以許詡爲漢城府尹, 鄭甲孫復爲大司憲, 韓方至僉知中樞院事, 李宜洽復爲執義, 李思哲、閔騫竝司憲掌令, 許斯文、白孝參竝司憲持平。 方至, 虞人也。 起自微賤, 只以畋獵之勞, 特拜上官, 時議不愜。

【태백산사고본】 30책 95권 14장 A면

【영인본】 4책 396면

【분류】 *인사-임면(任免) / *인물(人物)

○世宗 97卷, 24年(1442 壬戌 / 명 정통(正統) 7年) 7月 11日(己巳) 2번째기사

정갑손이 최부·최사강을 탄핵할 것을 건의하고, 최윤덕이 남쪽 수비를 엄히 할 것을 건의하다

○視事。 大司憲鄭甲孫啓曰: “吏曹判書崔府, 年過七十, 義當致仕, 上特下殊恩, 俾授銓選之任, 宜其小心謹愼, 以答上恩, 不徵前日之劾, 濫除子姪官爵。 兼判吏曹崔士康, 執政之初, 以其弟士庸爲軍器判事, 恬不爲愧, 不唯廉恥日喪, 大臣之意掃地, 請劾科罪。” 上曰: “此予寡德所致, 予甚愧之。” 崔府亦入參, 伏於其側, 汗出霑背, 不能擧首。 領中樞院事崔閏德啓曰: “國家急於北方防禦, 而忽於南方。 臣以謂昇平日久, 一治一亂, 理之常也, 況今倭人自相構亂? 請嚴南方之備。” 仍陳歷代倭寇興衰及我國征東故事。

【태백산사고본】 31책 97권 3장 A면

【영인본】 4책 419면

【분류】 *외교-왜(倭) / *군사-군정(軍政) / *사법-탄핵(彈劾) / *왕실-의식(儀式) / *인사-임면(任免)

○世宗 98卷, 24年(1442 壬戌 / 명 정통(正統) 7年) 10月 8日(乙未) 1번째기사

정갑손 등을 좌천시키다

○乙未/左遷鄭甲孫爲京畿都觀察使, 其餘亦皆左遷。 以尹炯爲刑曹參判, 閔伸爲大司憲, 鄭而漢爲掌令, 李永肩、李宗謙竝爲持平。

【태백산사고본】 31책 98권 2장 B면

【영인본】 4책 440면

【분류】 *인사-임면(任免)

○世宗 98卷, 24年(1442 壬戌 / 명 정통(正統) 7年) 10月 27日(甲寅) 1번째기사

이변 박연 정종성 임종선 이계린 정갑손에게 관직을 제수하다

○甲寅/以李邊爲吏曹參議, 朴堧禮曹參議, 鄭宗誠、任從善僉知中樞院事, 李季疄京畿都觀察使, 鄭甲孫咸吉道都觀察使。

【태백산사고본】 31책 98권 7장 B면

【영인본】 4책 443면

【분류】 *인사-임면(任免)

○世宗 98卷, 24年(1442 壬戌 / 명 정통(正統) 7年) 12月 12日(戊戌) 2번째기사

함길도 도사 나홍서가 하직하니 임금을 그를 불러 말하다

○咸吉道都事羅洪緖辭, 引見曰: “觀察使鄭甲孫拜辭時, 予以不像, 未得引見。 然甲孫久爲近侍, 備悉予意, 又其父曩爲本道監司, 道內之事, 亦詳知之, 奚待予意而後措置乎? 然本道年(險)〔儉〕, 汝往諭予言, 共盡乃職, 無有餓莩。 且前此守令緩於義倉收納, 故別立親法, 今聞守令因此刻迫於民, 民甚苦之。 爾等更加斟酌, 以便公私。”

함길도도사(都事) 나홍서(羅洪緖)가 하직하니, 임금이 불러 보고 말하기를, “관찰사정갑손(鄭甲孫)이 배사(拜辭)할 때에 내가 병환이 나서 불러 보지 못하였지만, 그러나, 갑손(甲孫)은 오랫동안 근시(近侍)가 되었으니 내 뜻을 자세히 알 것이다. 또 그 아버지가 예전에 본도(本道)의 감사이었으므로, 도내(道內)의 일을 또한 상세히 알고 있으니, 어찌 내 뜻을 기다린 뒤에 조치(措置)하겠는가. 그러나, 본도(本道)는 연사(年事)가 흉년이 들었으니, 그대가 가서 내 말을 개유(開諭)하고 그 직책을 함께 다하여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또 이 앞서 수령들이 의창(義倉)의 수납(收納)을 늦춘 까닭으로 따로 친법(親法)을 만들었는데, 지금 듣건대, 수령들이 이로 인하여 백성에게 각박(刻迫)하게 하므로, 백성들이 심히 괴롭게 여긴다 하니, 그대들은 다시 참작하여 공사(公私)에 편리하게 하라.” 하였다.

【태백산사고본】 31책 98권 22장 B면

【영인본】 4책 451면

【분류】 *인사-임면(任免)

○世宗 99卷, 25年(1443 癸亥 / 명 정통(正統) 8年) 1月 20日(丙子) 3번째기사

함길도 도관찰사 정갑손이 군사적 위엄으로 오랑캐들을 붙잡아 놓는 것이 불가함을 아뢰다

○咸吉道都觀察使鄭甲孫馳啓: “今諭以斡朶里逃移可疑者, 耀兵示威, 以折其心。 臣竊謂凡察、童倉之逃背本國, 豈樂遷離舊落, 寄寓滿住哉? 第念前日自作罪惡, 迫於疑懼, 不得已而奔竄耳。 其管下遺留人口居於會寧境內者, 或居城底, 或散布數里之內, 朝往夕還, 會寧軍機動靜虛實, 備悉知之, 豈待托獵耀兵, 然後示威乎? 且彼人包藏禍心, 欲投間謀, 我則陳師觀兵, 以示威靈之不可犯而挫計伐謀可也。 彼蕞爾遺虜, 亡其酋魁, 畏首畏尾, 常恐朝夕莫保, 內懷疑貳, 今邊將雖托以田獵, 欲誇示兵威, 無外侮而多張旗鼓鉦角, 異於平昔, 則彼必疑之, 以爲: ‘邊將僞獵陳兵, 狃我耳目, 將出其不意, 掩襲我類, 其一心以謂兵律雖嚴, 豈能窮追我所往?’ 由此觀之, 耀兵示威, 强使存留, 形迹尤著, 非徒無益於沮挫姦計陰折移徙之心, 反生恐動疑貳之心耳。 國家作爲約束, 嚴立關防, 擅其生殺, 而境內之民, 猶或逃往他境者有之, 況無恒業度外之胡虜乎? 臣妄謂不可以兵威防其移徙之心也。 待夷狄之道, 來則撫之, 去則勿追, 千萬世不易之確論也, 臣願姑寢耀兵, 令邊將慇懃撫綏, 賚與賙給, 示以恩信, 結其懽心。 且古昔盛時, 外夷遣子弟入侍中國, 一代之美事也。 勿露存留形跡, 奬勸遺虜衆所依附者, 使遣子弟居京侍衛, 許令父子兄弟往來相見, 彼雖犬馬, 寧不知感? 留者安心樂業, 則去者將回心向慕而知所歸矣, 是亦羈縻之一端也。” 下議政府。

함길도 도관찰사(都觀察使) 정갑손(鄭甲孫)이 치계(馳啓)하기를, “이번에 유시(諭示)하시기를, ‘알타리(斡朶里)로서 도망하여 이사갈 의심이 있는 자를 군사로 위엄을 보이어 그런 마음을 꺾으라.’ 하셨사온데, 신이 가만히 생각하오니, 범찰(凡察)·동창(童倉) 등이 도망하여 본국을 떠난 것은 어찌 옛 부락을 떠나서 만주(滿住)에게 붙여 살기를 즐겨 한 것이겠습니까. 전일에 저지른 죄악을 생각하고 혐의쩍고 두려움을 못이기어 할 수 없이 달아나 숨은 것이옵니다. 그 밑의 남아 있는 인구로서 회령(會寧) 고을 안에 사는 자는 혹 성밑에 살거나 혹은 몇 마장 안에 흩어져 살면서 아침 저녁으로 왕래하므로, 회령의 군사 기밀과 동정 허실(動靜虛實)을 갖추 다 알고 있사온데, 어떻게 사냥한다는 구실로 군사를 움직여 가지고 위엄을 보이겠습니까. 또 저들이 앙심을 품고 간첩을 놓아서 우리를 모해하려 한다면, 실제로 관병(觀兵) 절차를 베풀어서 나라 위엄의 범할 수 없음을 보이어 계략을 꺾고 음모를 쳐버리는 것은 옳은 일이옵니다. 그러나 하찮은 남은 오랑캐가 그 두목을 잃었으매, 머리도 무섭고 꼬리도 두려워서 항상 아침저녁으로 보전하지 못할까 두려워하여 속으로 이럴까 저럴까 회의하고 있사온데, 이제 변방 장수가 비록 사냥을 칭탁하고 병졸의 위엄을 자랑하여 보이더라도, 외환이 없는 때에 기와 북과 징과 나발을 많이 갖춤이 평시보다 다르면, 저들이 반드시 의심하여 생각하기를, 변방 장수가 거짓으로 사냥하는 체하고 군사를 베풀어서 우리의 이목을 익숙하게 해 놓고, 장차 뜻밖에 나와서 우리네들을 엄습할 것이라 하여, 그 유일한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군법이 아무리 엄하다 할지라도 어찌 능히 우리의 간 곳을 끝까지 쫓아오랴 할 것이옵니다. 이로써 보옵건대, 군사를 눈비음하여 위엄을 보임은 억지로 머물러 있게 하려는 형적이 더욱 드러날 것이오니, 간사한 꾀를 막아서 이사할 마음을 은근히 꺾는 데에 무익할 뿐 아니라, 도리어 두려워하고 의심하는 마음을 생기게 할 뿐이옵니다. 국가의 하는 일이 약속이 엄하게 서고 국경에서 살리고 죽임을 전담해 할지라도 지경 안의 백성이 오히려 혹 타국 땅으로 도망가는 자가 있사옵거든, 하물며 일정한 직업도 없는 떠돌아 사는 오랑캐들이겠습니까.

신의 망령된 생각으로는, 군사 위엄으로써 그들의 이사갈 마음을 막는다는 것은 불가하옵니다. 오랑캐들을 대우하는 방도는, 오거든 어루만져 주고 가거든 쫓지 않는 것이 천만세에 바뀔 수 없는 확실한 논리이옵니다. 신은 아직 군사로 시위하는 것은 쉬게 하고, 변방 장수로 하여금 은근하게 어루만져 편하게 하고 먹을 것을 베풀어 주어 은혜와 신용을 보이어 그 환심을 맺도록 하기를 원하옵니다. 또 옛적 융성할 시대에는 외방 오랑캐도 자제들을 보내어 중국에 입시(入侍)하게 한 것이 당대의 아름다운 일이었습니다. 머물러 있게 한 형적이 드러남이 없이 남은 오랑캐들에게 권장하여, 사람들이 붙따를 만한 자는 자제들을 서울에 보내어 서울에 살면서 시위(侍衛)하게 하고 부자 형제로 하여금 왕래하면서 서로 만나 보게 하면, 저들이 아무리 개돼지일지라도 어찌 감동할 줄을 모르오리까. 머물러 있는 자가 안심하고 생업에 낙을 붙이게 되면, 갔던 자들도 장차 마음을 돌리어 바라고 사모하게 되어서 돌아올 줄을 알 것이오니, 이 또한 굴레를 씌워 얽어매는 한가지 방법이 되옵니다.” 하니, 의정부에 내리었다.

【태백산사고본】 32책 99권 7장 B면

【영인본】 4책 458면

【분류】 *외교-야(野)

○世宗 99卷, 25年(1443 癸亥 / 명 정통(正統) 8年) 1月 20日(丙子) 5번째기사

함길도 도관찰사 정갑손에게 박원과 함께 새 땅을 찾아 볼 것을 전지하다

○傳旨咸吉道都觀察使鄭甲孫曰: 平安道慈城人百戶朴原告: “吉州甲山等處幽深山谷有新地。” 今都體察使皇甫仁往平安道, 更問原以新地的在之處, 送原于本道, 則卿隨宜給原衣糧。 且擇其知山川形勢兼通女眞言語者五六人, 又擇恒居甲山等處素識道路迂直、山川夷險者十餘人, 皆着胡衣胡冠, 多備餱糧, 使與原同往尋訪。

함길도 도관찰사(都觀察使) 정갑손(鄭甲孫)에게 전지하기를, “평안도자성(慈城) 사람 백호(百戶) 박원(朴原)이 고하기를, ‘길주(吉州)·갑산(甲山) 등처의 그윽하고 깊숙한 산골에 새 땅이 있다. ’고 하는데, 이제 도체찰사(都體察使)황보인(皇甫仁)이 평안도에 가서 다시 박원에게 새 땅이 있다는 적확한 곳을 물어 보고, 박원을 함길도로 보내거든 경이 적당히 박원에게 의복과 양식을 주고, 또 산천 형세를 알고 아울러 여진 말을 잘하는 자 5, 6인을 가려 뽑고, 또 항시 갑산 등처에 살아서 평소부터 도로의 굽고 곧음과 산천의 순하고 험함을 잘 아는 자 10여 인을 뽑아서, 모두 오랑캐 옷과 오랑캐 갓으로 몸차림하고 마른 양식을 많이 준비하여 박원과 더불어 함께 가서 찾게 하라.”

하였다.

【태백산사고본】 32책 99권 8장 B면

【영인본】 4책 458면

【분류】 *과학-지학(地學) / *외교-야(野)

○世宗 99卷, 25年(1443 癸亥 / 명 정통(正統) 8年) 2月 7日(癸巳) 2번째기사

함길도 도관찰사 정갑손에게 귀순한 오랑캐를 후대할 것을 전지하다

○傳旨咸吉道都觀察使鄭甲孫: 今卿啓云: “東良北住吾郞哈阿多吾率妻子來至會寧, 願居鏡城、吉州之地。” 議諸大臣, 僉曰: “阿多吾歸順出來, 其情可尙, 令吉州官將入居人膏腴之田及完具家舍擇給, 特加完恤, 初年可給衣糧, 又令監司連給鹽醬魚藿。” 予惟阿多吾歸順出來, 欲居內地, 如不厚待存恤, 則有違慕義之心, 可依僉議施行。 其未盡條件, 與都節制使同議, 曲盡布置。

함길도 도관찰사(都觀察使) 정갑손(鄭甲孫)에게 전지하기를, “이제 경이 아뢰기를, ‘동량북(東良北)에 사는 오랑합(吾郞哈)아다오(阿多吾)가 처자를 거느리고 회령(會寧)에 와서 경성(鏡城)이나 길주(吉州)의 땅에 살기를 원합니다. ’고 하였기에, 대신들에게 의논한즉, 모두 말하기를, ‘아다오가 귀순하여 나오는 것은 그 정상이 기특하오니, 길주(吉州) 관아에 명령하여 장차 들어가 살 사람에게 기름진 농토와 완전 구비된 집을 골라 주어서 특별히 완전한 구휼(救恤)을 하여서 첫해에는 아무쪼록 의복과 양식을 주게 하고, 또 감사로 하여금 계속하여 소금과 간장이며 생선과 미역을 대어 주도록 하소서.’ 하니, 내 생각하건대, 아다오가 귀순해 나와서 내지(內地)에서 살고자 하는데, 만일 후대하여 보호 구휼하지 아니하면 의리를 사모하는 마음에 어긋남이 있을 것이니, 아무쪼록 여러 대신들의 의논에 따라 시행할 것이고, 미진한 조건은 도절제사(都節制使)와 더불어 의논하여 곡진하게 조처하라.” 하였다.

【태백산사고본】 32책 99권 13장 A면

【영인본】 4책 460면

【분류】 *외교-야(野)

○世宗 99卷, 25年(1443 癸亥 / 명 정통(正統) 8年) 2月 15日(辛丑) 4번째기사

함길도 도관찰사 정갑손이 새 땅을 찾는 것의 어려움을 아뢰다

○咸吉道都觀察使鄭甲孫馳啓: “今承傳旨, 新地尋訪人衣冠糇糧, 已令預備, 但前此金希達、李貴、韓石金等皆云見新地, 竟無其實。 道內捕貂鼠者, 吉州、甲山等處幽深山谷, 無不周知, 而無一見新地者, 則新地有無眞妄難知。 本土人雖著胡人衣冠, 通胡人言語, 然彼人豈不知非其族類乎? 深入彼地, 累日橫行, 倘有不虞之變, 則不可不慮。”

함길도 도관찰사(都觀察使) 정갑손(鄭甲孫)이 치계(馳啓)하기를, “이제 왕명을 받들어 새 땅을 찾을 사람의 의관(衣冠)과 식량을 이미 준비시키었사옵니다. 다만 저번에 김희달(金希達)·이귀(李貴)·한석금(韓石金) 등이 모두 새 땅을 보았다 하오나, 마침내 그러한 실지가 없삽고, 도내에 담비[貂鼠]를 잡는 자들이 길주(吉州)·갑산(甲山) 등지의 깊은 산골짜기를 모르는 데 없이 두루 아는데, 하나도 새 땅을 보았다는 자가 없사오니, 새 땅이 있는지 없는지 참과 거짓을 알기 어렵사오며, 본고장 사람이 비록 되놈의 의관(衣冠)을 착용하고 되놈의 말을 한다 하더라도 저자들이 어찌 저희 족속이 아님을 모르겠습니까. 저들 사는 땅에 깊이 들어가 여러 날 돌아다니다가 혹시 생각지 않은 변고라도 있을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사옵니다.” 하였다.

【태백산사고본】 32책 99권 17장 B면

【영인본】 4책 462면

【분류】 *과학-지학(地學)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