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정씨 2세(安逸戶長) 휘 문도 묘소

소재지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양정동 469번지

▶ 2세 문도 부산 화지산 비문

세상에서 성씨를 말하는 사람들은 동래정씨(東萊鄭氏)를 명문대가라고 하고, 풍수가들은 또한 화지산(華池山)의 정묘(鄭墓)를 우리나라의 뛰어난 묘자리라고 한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천여 년  동안 물려받은 땅을 온전히 보전하고 있고 조상을 모시는 제사가 끊어지지 않았으며, 자손들은 오랫동안 변함없이 번창하고, 여러 재상들이 배출되어 나라의 역사와 집안의 족보를 빛내었다.

그 시작은 모두 이 정묘에서 시작된 것이니, 이는 덕을 베푼 것에 대한 보답이다.

아! 뿌리가 깊으면 가지가 무성해지고 냇물이 풍부하면 흐름이 멀리까지 가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 우리 정묘의 근본이 아니겠는가?

정묘 앞에는 옛날에 작은 비석이 하나 있었는데, 세월이 오래되어 낡아 버렸다.

1701년(숙종대왕 27)에 20대손인 감사 시선(是先)이 밀양부사로 있을 때 돌을 다듬어 비석을 고쳐 세우고, 비석의 뒷면에 그 대략을 새겨놓았다. 삼가 그 기록을 살펴보니 다음과 같았다.

공의 이름은 문도(文道)로 정씨의 시조이며 동래의 화지산 정남쪽 언덕에 안장되어 있지만 그 윗대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없다. 효종대왕 때 경기도 장단의 송림산 아래에 있던 낡은 묘가 허물어지면서 지석(誌石)이 나왔다. 이는 예부상서(禮部尙書) 문안공(文安公) 정항(鄭沆)의 묘였다. 그 지석에 "그 선대(先代)는 동래인이며 아버지의 이름은 목(穆)으로 섭태부경(攝太府卿)이다. 할아버지의 이름은 문도(文道)이고 증조할아버지의 이름은 지원(之遠)인데, 모두 고을의 호장(戶長)이었다. 이로인하여 공을 2세조로 표기한다. 항(沆)은 나이 23세 때인 고려 숙종 임오년인 1102년에 과거에 급제하여 인종 병진년인 1136년에 세상을 떠났다. 항에게는 형이 셋 있었는데 제(濟)는 일찍 돌아가시고 점(漸)과 택(澤)은 모두 문장과 재주로 조정에서 유명했다."고 되어 있었다.

아아! 공의 연대기는 이로써 그 대강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 근후하고 충성스러운 덕과 겸손하고도 소박한 태도는 한 가문의 시조가 되고 후세 자손들의 본보기가 되기에 마땅한 것이지만, 후세에 기록이 될 만한 것은 사라지고 전하지 않는다.

동래군지에서는 "공이 고을의 관리로 있다가 나이가 많아 집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매월 초하루에 나팔소리가 들리면 고을의 수령이 조회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곧바로 뜰에 내려가 예를 갖추었으니 그 공손함이 이와 같았다."라 하였다.

동래군지에서 또 이르기를, "공이 세상을 떠나서 장례를 치르게 되었는데 상여가 화지산에 이르자 마침 눈이 녹은 것이 범이 걸터앉은 모습과 같은 기이함이 있었다. 그래서 그곳으로 가서 장사지냈다고 한다." 하였다.

지금까지 고을 사람들이 모두 정호장의 이름을 알고 있고 그 묘를 가리켜 정묘라고 한다. 나뭇꾼과 목동이 감히 들어가지 않아 주위의 나무들이 탈이 없었고, 땅이 남쪽 해안에 가까이 있어 난리를 여러 번 겪었으면서도 감히 범접하지 못하였다. 이것은 모두 정공이 쌓은 덕행과 선행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족보를 살펴보니 공의 손자는 네 명이었다. 시랑(侍郞) 제(濟)와 어사잡단(御使雜端) 점(漸)은 자손이 기록되지 않았고, 항(沆)은 지석(誌石)에 쓰여져 있는 문안공(文安公)인데 그의 자손 또한 기록되지 않았다. 오직 문하첨의찬성사급사중(門下僉議贊成事給事中) 택(澤)만이 고려조에서 유명하였는데, 인종 때에 예빈소경(禮賓少卿)으로 왕명을 받들어 금(金)나라에 사신으로 간 사실이 고려사에 실려 있다.

공의 자손은 찬성공 택(澤)에 이르러 더욱 번창하여 지금까지 대대로 우리나라에 두루 퍼져 있다. 여러 이름난 재상과 훌륭한 관리들을 배출하여 왕실을 보좌하고 나라의 세신(世臣)이 된 사람들을 이루 다 기록할 수 없다.

대개 성실함과 후덕함, 공손함과 부지런함을 법도로 삼아 그 내려오는 기풍과 여운이 지금까지도 쇠퇴하지 않았으니, 세상에서 이를 '정씨 집안에서 대대로 전하는 가문의 법도'라 일컫는다.

언섭(彦燮)은 대대로 나라의 은혜를 받고 조상의 음덕을 입어 이곳의 수령으로 오게 되었기에 묘역을 살펴보고 있는데, 한 줄기 기운이 흘러 관통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문중의 어른인 밀양부사 혁선(赫先)과 함께 인근의 고을에서 벼슬하고 있는 집안사람들에게 알려 그 녹봉(祿俸)을 떼어 제전(祭田)을 사는데 보태기로 하였다. 그리고 인근 고을의 정씨들이 묘 앞에 모여 계를 조직하여 집안과 묘역을 지키는 것을 다짐하였다.

이렇게 하여도 두려운 것은 천백 세가 지난 후에 언덕과 골짜기가 변하게 되면 묘표(墓表)의 기록을 알아보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묘의 섬돌에서 남쪽으로 십여 걸음쯤 되는 곳에 비석을 세워 글을 적었는데, 기록한 글을 옛날에 비석에 새겨 있던 글을 모두 사용하였다.

또 군지에 실려있는 것 중에 후세에 남길 만한 것으로 비석에 새겨있던 내용에 빠진 것도 간략하게 첨가하였다.

묘 앞의 장식돌들은 너무 소박하여 마땅히 수리해서 고쳐야 할 것이나 또한 감히 하나하나 다시 마련하지 못하였다. 이는 보기에 좋은 것을 취하려다 성실하고 후덕하며 소박하고 검소한 조상의 덕을 해치지나 않을까 염려한 때문이다.

무릇 묘의 자손된 사람으로서 어찌 감히 조상의 덕을 떨어뜨려 가풍을 어기고 버릴 수 있겠는가?

오! 높이 솟은 산이 평평해지고 동해의 큰 바다가 작은 시내처럼 될 때까지 두 손 모아 기다리고 있으리니 후손들은 와서 읽으라.

▶ 동래정씨 2세 휘 문도공의 적덕(積德)
동래군지(東萊郡誌)에서는 公이 고려 현종(顯宗, 1010~1030) 때의 동평현(東平顯) 안일호장(安逸戶長)인데 공이 무암리 현 양정동 동쪽에 살았으며 노후에 물러나 집에 있으면서도 관청에서 나팔소리가 들리면 관장(官長)이 초하룻날 그 달의 집무를 시작하는 신호인줄 짐작하고 문득 뜰에 내려가 절을 하고 엎드렸으며 또 손수 무를 심고 가꾸면서 길 옆에 그것을 쌓아두고 굶주린 행인에게 나누어 주어 요기(療飢)하게 하니 당시의 사람들이 모두 감격하여 무를 먹게 해 주어 고맙다는 뜻의 노래인 신청사를 지어 노래하더니 후손들이 모두 명망이 높고 뛰어나서 조정에서는 세신(世臣)이 되고 향당(鄕黨)에서는 세족(世族)이 되었다고 했다.